정보와동향(엘리엇):신약

정보와동향(엘리엇):신약 베드로전서 john h. elliott1) 김진호 옮김 신약성서에서 이른바 공동서간(catholic epistles)이라 불리는 것 중의 하나. 이 책은 사도 베드로라는 필명으로 쓰여진 것으로, 본도, 갈라디아, 가빠도기아, 아시아, 비티니아 등의 그리스도인들을 수신자로 하고 있다. a. 머리말 베드로전서는 제1세기의 마지막 삼분기 중에 사도 베드로의 이름으로 쓰여진 서신으로, 소아시아에 흩어져서 이방 사회에서 소수파로 압제당하고 있는 그리스도인 공동체를 격려하고 훈계하려는 목적을 갖고 있다. 이 서신은,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이 그리스도인의 사회적 삶을 위해 갖는 의미를 역설하는 유창한 언변이나, 공통된 그리스도교 전승의 풍부한 사용, 하느님의 택함받은 거룩한 백성들에게 위임된 신적인 숭고함과 책임감을 표현하는 고상한 표현, 사회적 적대세력들에 직면하여 형제적인 결속과 희망을 북돋는 호소, 그 감동적인 목회적 어조 등으로 인해서 초기교회에서 일찍부터 인정받는 문서가 되었고, 별다른 논쟁 없이 정경으로 받아들여지게 되었다. 그 이후 그리스도교 신학이나 신앙에 두드러지게 논점들이 제기되기도 하였지만, 특히나 현대의 학자들에게서 이 서신의 구성이나 배경, 목적 등 그 모든 특징에 관한 문제들이 끊임없이 제기되어 마치 "신약성서 연구의 태풍의 눈"이라 할 만한 위치에 있다고 할 수 있다(neill 1964: 343). b. 고대의 평가와 현대의 재평가 베드로전서의 존재에 관한 외증 자료는 일찍부터 여러 곳에서 발견된다. 베드로후서 3장 1절이 이 서신의 존재를 증거하는 가장 초기의 자료다. 비록 여기서는 이 서신의 이름이 명시되어 있지는 않더라도 말이다. 또한 베드로전서를 암시하는 시사점들이 클레멘트 1서(lohse, in talbert 1986; 53-55), 필리비인들에게 보낸 폴리캅의 서신(bigg epistles of st. peter and st. jude2 icc) 등에도 무수히 나타나며, 순교자 유스틴도 이 서신을 언급했고(bigg peter and jude icc, 10). 이레네우스는 베드로전서를 이 이름으로 인용한 최초의 인물이었으며(haer. 4.9.2; 16.5; 5.7.2), 터툴리안(scorp. 12)이나 알렉산드리아의 클레멘트(str., paed., hypotyp.) 등도 이 전통에 따랐다. 1세기 말경에는 로마에도 이 서신이 알려져 있었고(1 clement), 2세기 이후에는 동서방 지역 모두에까지 알려져 있었는데, 4세기의 유세비우스는 이것을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지는 정경으로 규정하고 있다(hist. eccl. 3.25.2). "신약성서 가운데 이 책 만큼이나 초기의 훌륭하고 강력한 증거를 가진 문서는 없다"(bigg peter and jude2 icc, 7). 수세기 뒤 종교개혁기에 루터는 이 서신을 요한복음서와 바울의 로마서와 더불어 모든 신약성서 가운데 "진정한 핵심이요 진수"라고 극찬했다: "그 속에서 당신은 어떻게 그리스도에 대한 믿음이 죄와 죽음과 지옥을 극복하고 생명과 의와 구원을 가져다주는지에 관한 주된 양식이 묘사되어 있음을 ...보게 될 것입니다"(prefaces to the new testament, 1522). 그러나 이 서신에 대한 초기의 이러한 환호는 근대 성서비평학이 등장한 이래 상당히 퇴색되고 만다. 복음서와 역사의 예수, 바울, 그리고 가설적 구도인 바울계와 베드로계로 양분된 초기교회의 양상 등의 문제가 지배적인 관심거리로 된 반면, 베드로전서나 그 밖의 다른 중요하게 여겨지지 못한 신약 문서들은 주석학적으로 서자취급을 받게 되어 소홀히 다뤄지는 경향이 있었다. 베드로전서는 종종 별 개연성 없이 초기 그리스도교 가운데 바울 계보로 단정되어 왔는데, 이런 견해에 의하면, 바울적 유증이 어슴프레하게만 남아 있는, 어떤 '바울계 인물'이 쓴 저급 생산물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 몇십 년간 이런 조류에 변화가 일기 시작했다. 최근 전개되고 있는 이 서신의 자료나 편집에 대한 연구나, 오랜 역사에서 신학적으로 중요하게 된 특정 구절들에 대한 연구(2,4-10: elliott 1966 & 1976: 250; 2:21-25: osborne 1983; elliott 1985 / 3,18-4,6: reicke 1946; dalton 1989; vogels 1976), 및 그 독특한 사회 윤리에 대한 연구 등을 통해서, 이 서신이 광폭한 사회적 압제 속에서도 선교와 내적 응집력을 다지려는 초기그리스도교 운동을 증거하고 있다는 재평가를 내릴 수 있게 되었다. 고펠트(goppelt der erste petrusbrief meyerk, 179)는 베드로전서가 말씀의 증거와 그리스도의 사회적 현존에 관한 증거를 가장 의욕적으로 결합시킨 신약성서 문서라고 주장했는데, 많은 학자들이 이 주장에 동의하고 있다. [reicke의 1964년의 ab 주석 이후의 연구경향과 문헌 문제에 관하여는 beare 1970: 212-27; schelkle petrusbrief hknt 13: 249-55; elliott 1976; 1981; goppelt petrusbrief meyerk; brox 1978; cothenet 1980; sylva 1986. 그 이전 시기의 연구에 대하여는 martin 1962를 보라]. c. 문학 장르와 통일성 문제 베드로전서는 평범한 그리스식 서신의 모든 본질적인 특징을 나타내고 있다. 이 문서는 서신체의 인사말로 시작되는데, 여기에는 주요 발송자의 이름인 사도 베드로가 적혀 있고(초기교회에서 베드로에 대하여는 cullmann 1958; o'connor 1969; brown et al. 1973), '선택받은' 수신인들, 그들이 있는 지역, 문안의 말(1,1-2) 등이 포함되어 있다. 이어서 그의 전언이 나오고(1,3-5,11), 그 뒤에 이 서신의 전달자로 추정되는 실바누스에 대한 추천문, 그리고 공동발신자인 마르코와 신앙 안에서 누이가 된 어느 무명인 등이 언급된다(5,12-14). 특정한 이름들이 아주 짧은 도입구와 함께 씌였다는 사실("예수 그리스도의 사도 베드로", 1,1; 비교 5,1 "신실한 형제 실바누스"; 5,12/13 "내 아들 마르코")은 발신자들이 수신자들에게 잘 알려져 있는 상태임을 보여주며, 또한 발신자들 자신들이 언급한 경험과 신앙에 있어서의 공통적인 결속을 강조하기 위해 개인적인 친근감이 넘치는 이런 표현을 사용한 것임을 시사한다. 바울의 서신들과 비교해 볼 때, 베드로전서는 훨씬 광범위한 청중을 상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 독특성이 있다. 즉 하나의 도시에 한정된 수신자가 아니라, 소아시아에 있는 로마의 몇몇 지방들에 두루 퍼져 있는 수신자들을 상정하고 있다는 것이다(1,1; 비교. 야고 1,1). 이 때문에 이 서신을 신약성서 가운데 '일반'서신 또는 '공동'서신에 포함시키고 있는 것이다(야고보서, 베드로전후서, 요한 1∼3서, 유다서와 함께). 비록 이 서신이 특별한 상황에 처해 있는 특정한 수신자를 향한 메시지를 담고 있지만 말이다. 또한 바울의 활동에서는 언급이 없는 두 개의 커다란 지방(비시디아-본도, 가빠도기아)이 수신자 목록에 포함되어 있다. 그러므로 베드로전서를 바울 계보의 선교의 맥락에 직접적으로 연결지울 수 없다. 게다가 바울계 선교 지역과 일치하는 경우에도, 도시 중심지를 전전했던 바울과는 전적으로 달리, 베드로전서는 농촌이나 목초지, 시골이나 도시화가 덜된 지역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puig tarrech 1980; elliott 1981: 59-65). 더욱이 수신지로 언급된 전체 영역의 규모로 보건대, 바울에 의해 이룩된 한계를 넘어선 초기그리스도교 선교의 진전 상황이 전제되어 있다. 이것은 베드로전서가 바울 선교 이후 몇십 년이 지난 뒤에 바울과의 접촉이 거의 없었던 몇몇 공동체들을 향하여 쓰여진 것임을 강하게 시사하고 있다. 현재 우리가 가지고 있는 베드로전서의 최후본이 하나의 서신으로 되어 있지만, 그럼에도 그 원래의 복합물의 논제를 둘러싼 논쟁은 지속적으로 계속되었다(martin 1962; dalton 1989: 62-71; elliott 1966: 11-13; kelly peter and jude hntc, 15-20; goppelt petrusbrief meyerk, 37-40의 개략적인 논쟁사 정리를 참조). 독일 학자 리하르트 페르델비츠(richard perdelwitz)의 영향력 있는 연구에서 시작하여, 일부 주석가들은 이 서신의 구성적 특징이 주는 단서들을 주목해 왔다. 4장 11절(송영)과 4장 12절(수신자에 대한 새로운 호명) 사이에 사고의 단절이 나타난다는 점이나 고난의 잠재성(1,3-4,11)과 실제성(4,12-5,11) 사이의 상황 변환, 그리고 4장 11절까지의 부분이 세례에 초점을 두면서 권고적 특성을 갖는 데 반해 그 뒷 부분이 '서간체'의 특성을 갖는다는 점을 주장하면서, 이들 학자들은 1장 3절에서 4장 11절이 본래 새로이 전향하여 세례를 받게 된 사람들에게 말해지던 '세례 훈화 혹은 설교'였다는 가설을 세우게 됐다. 그 이후 이 강화에 앞뒤가 덧붙여져서(1,1-2; 4,12-5,14) 서신으로 되서, 이 전향자들을 위로하려 했다는 것이다. 그것은 당시가, 세례 강화 속에서 예기되어 있기만 했던 고난이 현실화되었던 탓이라고 한다(reicke james, peter, and juda ab; beare 1970; 그리고 kümmel 1975: 419-20에 열거된 학자들 참조). 베드로전서의 제의적 배경을 상정하면서 보다 정교한 구성에 관한 이론으로, 이 문서가 주로 세례 예전용으로 구성된 것이라거나(windisch & preisker katholischen briefe hnt, 156-61), 심지어는 부활절 전야의 빠스칼 예배 때 행하던 세례 의식의 축례부 용도로 사용되던 것(cross 1954)이라는 견해도 나왔다. 전체적으로 이러한 이론들은 베드로전서의 취지를 구성하는 특징이 무엇인가에 대한 물음에 기초하고 있는데, 너무 많은 상상에 의존하고 있어 설득력이 약하다. 성서 외적인 면에서 볼 때, 현재 우리가 가지고 있는 것과는 다른 베드로전서 필사본의 증거는 없다. 내증적인 면에서 볼 때도, 이 서신의 일관성이나 응집성은 이것이 전체적으로 통합된 서간체로 되어 있음을 시사한다. 4장 11절과 12절은 갑작스런 단절을 나타내고 있다기보다는 사고의 방향에 있어서의 전환을 나타낸다고 보는 것이 더욱 개연성 있다. 마치 2장 10절과 11절에서의 전환이 그러하듯이 말이다. 독자가 실제적으로 당하고 있는 고난 현실은 이 서신 전체에서 암시되고 있다(1,6; 2,18-20; 3,9/13-4,6/12-19; 5,7-10). 동사 paschein('고난당하다', 12회)의 빈번한 사용도 빠스칼(pascha) 축제 전야에 예전용으로 재수집된 것과 관련된다기보다는 독자들의 사회적 경험과 연관된다. 또 세례(3,21)라는 표현 및 이것과 관련된 상징어들(거듭남: 1,3/23; 2,2 / 성화: 1,2/15-16/22; 2,5/9; 3,5/15 / 출애굽과 구속 1,13/18-19)과 권고의 말(1,14-16/22-23; 2,1-3; 4,1) 등은 그리스도인들 사이에서 공통으로 사용되던 예전적이고 교리문답적인 훈계 자료를 시사하지만, 그렇다고 이 문서 자체 또는 어떤 단편이 세례 훈화나 예식서라고 볼 만한 분명한 증거는 없다. 더구나 이것과 비교할 만한, 서신들 속에 체현되어 있는 그리스도교의 훈화나 예식서의 사례는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베드로전서가 별개의 부분들이 조합된 결과라는 가설은 개연성도 없고 그렇게 봐야 할 필연성도 없다. 오히려 언어나 문체, 내용 전개, 주장의 계보 등에 있어서의 일관성과 응집성에서 시사되듯이, 베드로전서는 본래부터 하나의 통합적인 서신이라 할 수 있다(selwyn 1947; van unnik, idb 3: 758-66; dalton 1989; kelly peter/jude hntc; goppelt petrusbrief; elliott james, 1-2 peter, jude acnt; shimada 1985; brox erste petrusbrief ekknt2). d. 문학적 관계들과 전승 자료들 길이에 있어서 베드로전서는 다른 어떤 신약 문서들보다 더욱 신약적이다. 그리스도인들의 사회적 상황과 임박한 하느님의 최후의 심판에 관한 묵시적 전망, 그리스도론에 초점을 둔 고난과 은혜에 대한 강조, 세례를 통한 전향에 수반된 정체성과 책임성의 독특한 결합, 그리스도인 공동체의 모상으로서의 하느님의 가정, 도덕적 훈계에 관한 내용 등으로부터, 베드로전서와 대다수 신약성서 저작들 사이의 연결점이 드러난다. 1. 유사한 신약성서 문헌들 베드로전서가 로마서나 에페소서, 목회서신들, 야고보서, 히브리서, 그리고 공관복음서 및 사도행전 등과 유사성을 갖는다는 사실은 특히 주목할 필요가 있다(forster가 열거한 항목들은 그의 분석보다 훨씬 유용하다). 즉, 바울계 저작들이나 후기 바울계 저작들과 관련해서는, 베드로전서 1장 14-16절(로마 12,2) / 1,21(로마 4,24) / 1,22; 3,8-9(로마 12,9-19) / 2,4-10(로마 9,25/32-33) / 2,5(로마 12,1) / 2,13-17(로마 13,1-7) / 2,21(로마 4,12) / 3,22(로마 8,34) / 4,1(로마 6,7) / 4,7-11/14-16(로마 12,3-8; 13,8-10) / 4,12-13; 5,1(로마 8,17) / 1,3-12(에페 1,3-14; 3,2-6; 참조. 고후 1,3-11) / 1,14-18; 4,2-3(에페 4,17-18; 5,8) / 1,20(에페 1,4) / 2,1(에페 4,25/31) / 2,4-6(에페 2,20-21) / 3,1(에페 5,22) / 3,22(에페 1,20-21) / 5,8-9(에페 6,11-13) / 1,3-5(디도 3,4-7) / 2,1(디도 3,3) / 2,9(디도 2,14) / 2,13-3,7; 5,1-5(디전 2,8-15; 6,1-2; 디도 2,1-10; 3,1-2; 참조. 에페 5,22-6,9; 골로 3,18-4,1). 바울계 서신과의 유사성 외에도, 야고보서와도 다음과 같은 유사성을 갖는다: 베드로전서 1장 1절(야고 1,1) / 1,6-7(야고 1,2-3; 참조. 지혜서 3,5-6) / 1,23-2,2(야고 1,18-22) / 56,5(야고 4,6) / 5,8-9(야고 4,7). 그리고 구약성서의 공통된 인용으로 이사야서 40장 6-8절(베전 1,24-25; 야고 1,10-11) / 잠언 10,12(베전 4,8; 야고 5,20) / 잠언 3,34(베전 5,5; 야고 4,6). 히브리서와의 유사성으로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베드로전서 1장 1절; 2,11(히브 11,13) / 1,2(히브 12,24) / 1,23(히브 4,12) / 2,24(히브 10,10) / 2,25; 5,4(히브 13,20) / 3,9(히브 12,17) / 3,18(히브 9,28) / 4,14(히브 13,13). 그 외에 사회적 소외와 예수 그리스도의 고난으로 인한 연대성의 주제가 공유되고 있다. 마르코복음을 포함한 공관복음서 전통과의 연관성도 찾아볼 수 있다: 베드로전서 2장 4-8절(마르 12,1-12 병행) / 2,18-3,7; 5,2-5(마르 10,2-45 병행; 그리고 하느님의 가족을 나타내기 위해 비유적으로 사용한 가정적 언술들<참조. 베전 2,5; 4,17과 마르 3,20-35; 13,33-37 병행>) / 1,19-21; 2,21-25; 3,18(마르 14-16장 병행) / 4,13(마르 13,9-13 병행) / 5,2-5(마르 10,35-45 병행). 특정한 몇몇 주님의 말씀들(dominical sayings)과의 유사성도 다음과 같이 나타난다: 베드로전서 1장 10-12절(마태 13,17; 루가 24,26) / 1,13(루가 23,35) / 1,17(마태 6,9; 루가 11,2) / 2,12(마태 5,16) / 2,19-20(루가 6,27-36) / 3,9/14; 4,5(마태 12,36) / 4,13-14(마태 5,10-11/39; 루가 6,22-23/28) / 5,6(루가 14,11) / 5,7(마태 6,25-27). 이러한 유사성을 두고 과거의 많은 학자들은 베드로전서가 신약의 많은 문서들, 특히 바울의 저작들에 직접적인 문학적 영향을 받고 있다고 보았다(예: 이런 견해를 취하는 대표적인 견해로는 forster <1913>과 beare <1970> 등이 있다). 그러나 보다 최근에 신약성서와 베드로전서에 대한 양식비평과 전승사비평에 따르면, 베드로전서와 다른 그리스도교 문서들 사이의 유사성은 문학적 의존의 결과가 아니라 다양하고 광범위한 구전 전승과 문서 전승 과정에서 전승이 공통적으로 된 사용된 결과라는 증거를 찾아냈다(selwyn 1947: 363-466; lohse 1954; kelly peter and jude hntc; best 1 peter ncbc; elliott 1976; goppelt petrusbrief meyerk; brox 1978; petrusbrief ekknt2; cothenet 1980). 그리하여 베드로전서는 "전승의 서간"이라는 안성마춤의 별칭이 붙게 되었다(spicq les épîtres de saint pierre sb, 15). 2. 영향사와 공통전승의 사용 이 서신의 소재들, 이미지들, 공식문들 등은 이 서신이 유다적, 유다그리스도교적, 헬레니즘적 전통에 폭넓은 범위에서 영향을 받고 있음을 반영한다. 구약성서의 그리스어역본(lxx)에서 사용한 24개의 본문 또는 본문 조합이 나온다. 이 자료들은, 종말론적 공동체를 하느님의 계약백성의 역사와 연결시키면서, 디아스포라 지역에서 이방 거류민으로서의 하느님의 백성이 처해 있던 사회적인 반목과 압박을 강조하는 데 사용되고 있다(1,1/17-18; 2,11; 3,6<창세 23,4; 참조. 창세 12,1-20; 20,1-18; 이사 52,3/5> / 3,10-12<시편 33(34)편> / 4,14<이사 11,2>; 5,8-9/13<예레 50,51>). 또한 이 본문들은 이들이 선택된 것 및 이들의 성결함을 나타내고 있고(1,15-16<레위 19,2> / 2,5/9<출애 19,6; 이사 43,20; 호세 1,6/9; 2,1/3/25>), 종인 메시아(messiah-servant)에 대한 거부, 고난 및 그분의 들어올림을 나타내며(2,4-8<이사 8,14; 28,16; 시편 117(118),22> / 2,22-24<이사 53,4/6/9>), 억압당하는 의로운 이들을 하느님이 구원하신다는 것도 나타낸다(1,13<출애 12,11>, 1,17-19; 참조. 1,2<출애 12-15장; 이사 52,3/5>; 그리고 시락서 3,5-6과 노아의 묵시 3,20의 사례들). 또 사람보다는 하느님을 경외해야 한다는 소재의 내용들(2,17<잠언 24,21> / 3,6<잠언 3,25> / 3,14-15<이사 8,12-13>), 도덕적 행위에 관한 언급들(3,10-12<시편 33(34),13-17> / 4,8<잠언 10,12>), 임박한 하느님의 심판(2,12<이사 10,3> / 4,17<에제 9,6> / 4,18<잠언 11,31 lxx>), 비천한 처지에서 높이 들어올려짐(5,5<잠언 3,34 lxx> / 5,7<시편 54(55),23>) 등도 나타내고 있다. 비록 베드로전서를 위한 직접적인 원천를 제시해 주지는 않지만, 에녹 1서(6-16/65-67/106-8)에는 베드로전서 3장 18-22절 배후의 세계관이 서려 있다(dalton 1989: 163-76). 또 쿰란 문서들은 사상적 유사성을 나타내보이고 있다. 하지만 그들의 언술 전략은 서로 차이를 보인다(goppelt petrusbrief meyerk의 도처에서). 한편 필로의 저작들은 출애굽기 19장 6절의 전승에 대한 베드로전서와 유사한 해설을 보여주고 있고(elliott 1966: 96-101; 1981: 170-74), 헬레니즘적 가계 경영 전승을 유사한 방식으로 적용하고 있다(elliott 1981: 208-20). 베드로전서에 깔려 있는 그리스도교 전승은 다른 초기의 그리스도교 문서들과의 접촉으로부터 식별될 수 있는데, 이것은 특징에 있어서는 설명적이고 케뤼그마적이며, 색체에 있어서는 바울적이고 헬레니즘적이다(lohse 1954). 설명적인 자료들에는 행동에 대한 지혜의 말씀(시편과 잠언), 유다-헬라적 전승(2,13-3,7; 5,1-5의 가족 은유들 / 3,8; 4,8-9; 5,5의 덕목들 / 2,1; 4,3/15의 악덕들), 그리고 맥락과 관계 없이 등장하는 주님에 관한 말씀들(1,10-11/13/17; 2,12/19-20; 3,9/14; 4,13-14) 등이 포함되는데, 이것들은 도덕적인 지시와 권고의 목적을 위해서 채용된 것이다. 케뤼그마적인 자료들은 신조 형태이거나 찬양조의 공식문(1,18-21; 2,21-25; 3,18-22; 참조. 4,1) 속에 녹아들어 있는데, 이것에는 권고를 위한 그리스도론적인 기초가 제공되어 있다(참조. 1,3/11; 2,4-10; 4,13; 5,4). 더욱이 예전적 관행의 흔적이, 이 서신의 시작과 끝맺음에 분포된 사랑의 입맞춤(신앙공동체 속에 공유된; 5,14)이나 축도(1,3)와 송영(5,10-11; 참조. 4,11) 속에 드러난다. 폭넓은 범위의 전승들을 자유자재로 사용함으로써 저자는 몇 가지 중요한 결론들을 유도해낸다. 사회와는 소원해졌으나 하느님에 의해 선택받은 믿음의 동료들은 하느님의 계약 백성의 종말론적 충만함을 맛볼 것으로 묘사된다. 고난당하는 그리스도인에 대한 언급은, 사람들에 의해서는 배척당했지만 하느님이 그 정당성을 입증해 준 주님과의 연합을 통해서 인내와 희망을 갖고, 나아가 하느님을 기쁘시게 하는 행위를 하는 삶에 대한 근원적 원리를 제시하기 위한 것이다. 그리고 소아시아에 흩어져 있는 공동체들은 멀리 떨어져 있는 '바빌론'의 동료 신자들을 통해 폭넓은 전통이 보편적인 그리스도인들의 형제적 연대를 이루는 것임을 확신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e. 문체, 어휘, 구성 1. 문제 베드로전서에는 이러한 이질적인 전승들이 풍부하게 사용되고 있으면서도, 문체에 있어서 일관성이 있고 주제에 있어서도 응집력 있게 구성되는 세련된 통합을 이루고 있다. 이 서신은 문학적으로 정제된 수많은 표현들을 사용하고 있으며, 세련된 그리스어로 쓰여졌다. 매우 정통적으로(near-classical) 사용된 관사의 활용이나 정확한 시제의 구사는, 셈어적인 분위기를 강하게 풍기는 운률이나 대구(parallelism)적 표현(2,14/22-23; 3,18; 4,6/11; 5,2-3), 전치사의 능숙한 사용(1,2/3-5/21; 2,4; 3,18), 그리고 반복, 동류어, 대조어들의 능숙한 수사적 활용(1,3-5/7-8/12/14/18-19/23; 2,1/4-10; 3,3-4/13-17; 4,12-19; 5,2/6-7) 등과 훌륭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다. 이 서신에서 훈계적인 음조가 지배적이라는 증거로는 다음과 같은 것들을 들 수 있다: 51개 가량의 명령구문(여기에는 명령의 의미를 갖는 분사구문이 포함된다: 1,14; 2,18; 3,1/7-9; 4,7-10); 2인칭 복수형인 '너희들'이나(51회), 삽입어인 '그러므로'(2,1/7; 4,1/7; 5,1/6; 참조. 1,13)의 빈번한 사용; 하느님의 뜻에 부합하는 행동에 대한 일관성 있는 강조 등. 또 베드로전서에는 명령형 구문 뒤에 이를 보충하는 직설법 구문이 뒤따라나오곤 하는데, 이 점에서 바울의 구문과 다른 두드러진 차이를 보인다. 바울은 주로 그 역순으로 사용하곤 했던 것이다. 2. 어휘 베드로전서의 그리스어본에는 총 1675개의 단어가 쓰였으며, 여기서 사용된 어휘의 갯수는 547개다. 그리고 이 가운데 신약성서 어디에서도 전혀 등장하지 않는 단어가 61개 나온다. 이른바 hapax legomena(단 한번만 사용된 어휘 ― 옮긴이 주) 가운데 몇은 이 서신의 핵심 요점을 나타내고 있다: 그리스도교 공동체를 나타내는 표현인 '형제'(brotherhood <adelphot?s>: 2,17; 5,9; 참조. 3,8과 5,12); 하느님의 계약 백성을 나타내는 표현('사제', body of priests <hierateuma>: 이것은 출애 19,6의 계약공식문에서 유래한 것으로, 2,5/9에 인용됨); '악한 존재/악행'(kakopoios: 2,12/14; 4,15)에 대립되는 표현으로, 그리스도인의 행위와 성결함을 나타내는 '선한 존재/선행'(agathopoios: 2,14 / agathopoiia: 4,19) 등(elliott 1966: 179-82). 한편 이 서신의 독특한 표현들 가운데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자주 등장하는 정제된 표현인 비교불변화사 '∼처럼/같이'(h?s, 27회); 신약성서 가운데 이 서신에서 가장 높은 빈도로 사용된 어휘인 paschein('고난당하다'; 12회); 신자와 동일한 의미인 '그리스도인'(christianos: 4,16; 이 단어는 여기 외에는 사도 11,26; 26,28에만 등장한다) 등. 그렇지만 바울서신에는 자주 등장하는 용어들인 ekkl?sia('교회')나 '그리스도의 몸' 등은 전혀 사용되지 않는다. 한편 베드로전서는 '택함받은/선택된'(1,1; 2,4-10; 5,13) '이방 거류민과 떠돌이들'(resident aliens and strangers: 1,1/17; 2,11; 참조. '바빌론': 5,13)을 신자로서 강조하고 있는데, 이 용어는 이 서신에서 핵심어구로서 기능한다. 3. 구성 기획 이 서신은 다음의 몇 가지 구성 형태를 통해 구조적인 응집성과 주제에 있어서의 통일성을 갖는다(dalton 1989: 72-86; combrink 1975; talbert 1986: 141-151): ⑴ 많은 용어들과 표상들이 이 서신의 여러 단락에 걸쳐 계속 되풀이되고 있다('선택된/탬함받은', '부름', '정결한', '은총', '평화', '자비', '믿다', '희망', '<형제적> 사랑', '복음을 가르치다/선포하다', '시험하다'<test/trial>, '고난당하다', '기뻐하다', '권고하다', '선/악을 행하다[선/악하다]', 의로운 신자와 불의한 불신자 사이의 대조어들, '하느님의 뜻', '순종하다', 그 밖에 '하느님의 양떼'나 '하느님의 가족적인 형제애적 관계' 등). ⑵ 글 배열 상의 병행 형태(주요 진술-부정-긍정-결론)가 1장 13-16절; 2,13-17; 3,8-9; 4,1-6 / 2,18-21; 3,1-6/13-17; 4,12-19 / 1,17-21/22-25; 5,1-4 등에서 나타난다. ⑶ 연결어들이 사상들이나 자료들 간의 통합을 위해 사용되며, 이로써 이 서신이 통일성 있는 것으로 보이게 한다. 가령 1장 9절과 10절의 '구원'은 1장 6-9절을 10-12절과 연결시키는 역할을 한다. 또 '살아 있는 돌(들)'이라는 연결어는 2장 4절, 5절, 및 다른 전승들 사이의 가교 역할을 한다(elliott 1966). 3장 12절과 13절의 '악(악행하다, 해를 끼치다)'은 3장 10-12절과 13-17절을 연결하며, 5장 5절과 6절의 '겸손(하라)'는 5장 1-5절과 6-11절을 결합시킨다. ⑷ 교차대구식 배열이 작은 단위(1,10-12; 2,7/17/19-20; 3,19-22; 4,1-3/16)나 큰 단위(1,3-12/13-21[25]; 3,1-7; 4,1-6; 4,12-19; 5,12-14) 모두에서 발견된다(combrink 1975. 이 책은 이 점에 있어서 때로 설득력이 적은 논조도 있지만). ⑸ 어떤 용어들은 소단락의 시작('권고하다/간청하다': 2,11; 4,12; 5,12)이나 끝('복음': 1,12/25; 4,6/17)을 나타내기도 한다. ⑹ [단락들의 서두나 결말을 나타내 주는 반복적인 용어나 소재들인] 의도적인 표현들은 작은 단위들을 통합할 뿐 아니라(1,13-21<희망>; 1,3-2,10<자비>) 서신 전체를 하나로 묶어주는 뼈대를 구성한다. 이 서신의 서두와 결말 모두에서 고난과 영광이라는 역설적인 관계가 강조되고(1,6-8/12; 5,10), 평화가 요청되며(1,1; 5,14), 신자들이 굳게 서 있을 토대(5,12)인 하느님의 은총(1,2)이 서신 전체를 포괄하는 주제로서 제시되어 있다. 또한 이 서신의 발송자와 수신자 모두에게 공통된 사회적 조건(디아스포라: 1,1; 바빌론: 5,13), 가족적인 통합(1,1; 5,12-14), 하느님의 선택(1,1; 5,13)이 강조되어 있다. f. 전수된 그리스어 텍스트 베드로전서의 그리스어본은 비교적 잘 보존되어 있다. 완전한 형태가 보드메르(bodmer) 파피루스 72(3세기)와 9개의 대문자 사본들(uncials) 및 5백 개 이상의 소문자 사본들(minuscules)에 들어 있다. 텍스트 전승사에서는 큰 논란거리는 없고, 단지 여러 사소한 문제만 있을 뿐이다(beare 1970: 1-14; schelkle petrusbrief, 16-17; goppelt petrusbrief, 72-74). g. 구조 이 서신의 장르나, 주제를 이루는 강조점들, 구성적 요소들 등에 대한 증거들을 보다 면밀히 검토해 보면, 이 서신의 구조나 일반적으로 주장하려는 것이 무엇인지를 시사받을 수 있다. 서간투의 인사말(1,1-2)이나 맺음말(5,12-14)과 함께 이 서신의 뼈대를 구성하고 있는 본론은, 독특한 공동체적 정체성과 하느님으로부터 부여받은 그리스도교 신자들의 존엄성에 대한 단언(1,3-2,10)을 적대적인 사회의 한 가운데서 신자들의 공동체답게 처신하고 행동하라는 권고(2,11-5,11)와 결합시키고 있다. 이렇게 단언과 권고를 통합시키는 논조 배후에는 고난당하는 그리스도인의 사회적 상황과 그들을 향한 신의 부르심 사이의 기본적인 긴장이 깔려 있고, 또한 불신자들과 그리스도 안에 있는 공동체 사이의 대조, 그리고 사회 속에서 그들의 '집을 잃은 상황'과 새롭게 하느님의 가족으로 부름받은 상황간의 대조가 그 배후에 놓여 있는 것이다. h. 수신자와 그들의 상황 이 서신의 수신자의 신원, 그들이 살던 지형적 위치, 사회 종교적 특징, 사회 안에서의 그들의 불안정한 지위 등에 관한 정보는, 이 서신이 쓰여진 상황과 언술 전략 모두를 이해하는 데 있어 중요하다(elliott 1981: 59-100). 1. 지형학적 위치 수신자들이 입지한 지정학적 위치는 1장 1절에 언급되어 있다: "...본도와 갈라디아와 가빠도기아와 아시아와 비티니아에 흩어져 있는 선별된 떠돌이 나그네들(과 "이방 거류민들": 2,11)에게" 소아시아(오늘날의 터어키)에 있는 이 로마의 '지방'들은 형식적으로는 독립적이었지만, 주전 133년 이래 재산의 유증을 통해 혹은 합병을 통해 점차로 로마의 통제 아래 놓이게 됐던 지역이었다. 1세기 말경에는 대략 8백 5십만 명 정도로 추산되는 주민이 살고 있었는데, 그 중 유다인이 1백만, 그리스도인이 8만 명 정도였던 것으로 추산된다. 시리아-팔레스틴을 제외하면, 초기그리스도교 운동이 가장 활발하게 전개된 곳은 소아시아의 이 지역들이었다. 지방들을 차례대로 하나씩 부른 것은, 그리고 이례적으로 비티니아와 본도를 따로 부른 것은(주전 62년 이래 이 지방들은 하나로 통일되어 있었는데도 말이다) 아마도 이 회람서신이 본도에서 시작해서 마지막으로 비티니아에 이르게 하려는 순환 경로를 지정코자 한 것이리라. 이러한 순환 경로는 이 서신의 서방(로마) 기원론과 부합하며, 이 서신을 위해 파견된 이가 비티나아-본도의 북부해안에서 배로 도착하고 출발하였음을 시사한다. 2. 사회적 민족적 구성 이 서신에는 특별히 자유인(2,16), 가내노예(2,18-20), 불신자 남편을 둔 아내들(3,1-6), 그리스도인 아내를 둔 남편들(3,7), 공동체 지도자들('장로들': 5,1-4), 전향한 지 얼마 안 된 사람(<신앙에 있어서> '미성숙한 사람': 5,5) 등, 독자들의 사회적 위치를 암시하는 용어들이 언급되어 있다. 문화적으로나 종교적으로 이들 독자들은, 유다의 한 메시아 당파에서 유래하였으나 세계적 수준으로 결속된 형제들이다(5,9). 이들은 예수 그리스도의 삶과 죽음, 그리고 부활이 마지막 때, 즉 하느님의 선민의 역사의 최절정에 이르는 그 때를 불러왔다고 믿었다(1,3-2,10). '그리스도인'(4,16)으로서의 자의식을 갖는 소수의 변별된 집단을 이룸으로써, 이들의 운동은 '이방인들'(즉 유다교도나 이교도를 불문하고 불신자들) 가운데서 세계 선교에 복무할 수 있었다(2,12; 3,1-2). 이 독자들은 유다교나 이교로부터 전향한 다층적인 민족적 혼성체를 이루었다. 유다교로부터 전향한 사람들이 이 공동체에 포함되었으리라는 대한 추론은 다음의 논거를 통해서 제시된 것이다: ① 유다교 성서를 빈번하게 사용하고 있다는 점(아래에서 서술될 항목 '3. 사회적 위치와 상황'을 보라); ② 메시아 전승(2,4-8)이나 존경받는 히브리 인물들(예언자들과 그 밖에 그리스도를 갈구했던 사람들: 1,10-12; 사라와 아브라함: 3,5-6; 노아: 3,20) 등이 언급되고 있다는 점; 그리고 ③ 유다 역사의 핵심적 사건들을 비교 용법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점(이방 거류민으로서의 아브라함: 2,11<창세 23,4>; 이방인으로서의 이스라엘의 유월절 사건과 출애굽 사건: 1,13/18-19; 나그네 신세로 여기저기에 흩어져 사는 사람들: 1,1; 바빌론에서 나그네 신세인 자: 5,13) 등을 통해서 제시될 수 있다. ④ 또한 이제는 그리스도를 믿는 자들을 특징짓는 표현이지만 본래 이스라엘 특유의 표상이었던 영어들(거룩한: 1,14-16; 3,5 / 선택된: 1,1; 2,4-10; 5,13)도 이러한 추론을 가능케 한다. 반면 과거엔 하느님에 대해 무지했고 멀리했던 자들에 대한 언급(1,14; 2,10)이나 이방인들 특유의 행위나 우상숭배에 관한 언급(1,14/18; 2,11; 4,2-4) 등은 이 서신의 독자들 중에 많은 이교도들이 있었음을 암시한다. 3. 사회적 위치와 상황 수신자들의 지극히 불안정한 사회적 위치나 그들이 살아가고 있는 갈등 상황은 다음과 같은 두 가지 복합적인 요소에 기인한다: '떠돌이와 이방 거류민'이라는 그들의 사회적 위치와, 배타적인 그들의 종교적 충실함. 이러한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 그들은 사회의 적대에 직면하게 됐고 고난을 자초했던 것이다. ㈎ '찾아온 떠돌이들과 이방 거류민들' 베드로전서의 가장 주목할 만한 특징의 하나는 다음과 같은 표현으로 가장 적절하게 번역되는 한 쌍의 그리스어로 수신자들의 신원을 밝히고 있다는 점이다: '찾아온 떠돌이들'(parepid?moi: 1,1; 2,11)과 '이방 거류민들'(paroikoi: 2,11; 참조. paroikia: 1,17). 이것에 대한 번역어로 종종 사용되는 '유랑자들'이나 '순례자들' 혹은 '나그네들'이라는 용어들(예: kjv, rsv, jb, nab)은, 그것도 1장 17절에 '지상에서'라는 [그리스어 원본에는 존재하지도 않는] 동의할 수 없는 어휘를 덧붙인 번역어는 이 용어의 사회 정치적 함의를 왜곡한다. 이러한 번역은, 베드로전서가 궁극적 목적으로 '천상의 본향'을 추구하는 신자들을 향하여 영적인 '지상에서의 순례'를 강변하고 있다는, 역시 동의할 수 없는 가정에 이르게 한다. 이러한 주제는 히브리서의 우주론적 신학의 토대를 이루고 있지만, 베드로전서의 경우에는 거의 이러한 관점이 나타나지 않는다. 오히려 베드로전서는 사회적 갈등에 초점이 있으며, 따라서 우주론적이라기보다는 사회적이다. 그리스어역 구약성서에서와 마찬가지로, 베드로전서의 배경이 되는 그리스-로마 세계에서 paroikoi 나 parepid?moi 는 영속적이든 일시적이든 '타향을 전전하는 떠돌이들'이다(elliott 1981: 24-37). 문자적으로 볼 때, paroikoi 는 다른 사람들의 '집'(oikos) 옆에 '덧붙여'(par-) 사는 외부인들을 가리킨다. 이렇게 지형적이고 사회적인 면에서의 박탈(paroikia 와 관련 용어들)이라는 조건은 고대의 하느님 백성이 변함없이 맞이해야 했던 전형적인 운명이었다. 하브라함은 에집트(창세 12,10)와 가나안(창세 23,4; 26,3; 히브 11,8-9)에서 이방 거류민이었고, 모세도 미디안 땅에서 그러했으며(출애 2,22; 사도 7,29), 에집트에서의 이스라엘도 외국의 '노예의 집'에서 살아야 했다(출애 20,2; 신명 5,6). 유다인들이 바벨론에서 그러했고(제1에스드라서 5,7), 그 이후 프톨레미 치하의 에집트에서 유다 정착민들이 그러했다(제3마카베오서 7,19). 그리스의 비종교적 자료에 새겨진 증거에 따르면 이방거류민은 지방민(이들은 완전한 자격의 시민보다는 하위이고 순전한 이방인<kenoi>보다는 상위의 계급이다)이나 노예라는 특정한 사회적 층위를 형성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들의 사회적 상황은, 그들이 토착 주민과 화합을 이루고 있든지 그렇지 못하든지 간에, 사회적 계서체계의 상하 이동의 결과다. 법적으로 볼 때, 이들은 결혼할 수 있는 대상의 제약을 받고 있었고, 토지 소유나 재산의 승계, 투표권, 그리고 특정 결사체의 참여 자격 등에도 제한을 받고 있었다. 또한 그들은 높은 조세를 지불해야 했고, 공법을 위반할 시 가혹한 처벌의 대상이었다. 이 떠돌이들은 자신들의 지역적 뿌리가 없음으로 해서, 그리고 자신들의 민족적 기원/문화/언어/정치나 종교적 충성 때문에 주류 사회에서 이탈되어 있었고, 그래서 통상적으로 기성의 질서나 토착민의 안녕에 해로운 존재로 보였다. 지역민의 두려워함과 혐오감, 무지함에서 가하게 되는 중상모략, 차별대우와 혐의 조작 등, 끊임없이 계속되는 이러한 상황은 사회의 외부인들이 겪는 통상적인 운명이었다. 소아시아에서 이방 거류민들은 도시와 시골 모두에서 나타나며, 장인 노동자이거나, 상인이나 소작 농민 가운데서 발견된다(magie 1950: 639-40/1503). 외부인으로서의 주변적 위치 때문에 그들은 종종 자신들이 사회적으로 포섭되리라는 약속이나, 상호부조, 심지어는 구원을 보증해 주는 단체나 제의를 조직하곤 한다. 그리스도교 운동이 팔레스틴을 넘어 유다 디아스포라 지역에까지 확장되는 데 있어서, 이 운동은 제국의 무역로를 따라 움직여 갔다. 유랑하는 장인들과 상인들이 퍼져감에 따라, 지방 공동체들에는 떠돌이나 이방 거류민인 전향자들이 나타나게 되었다. 이 운동이 점점 발전하면서 지방 주민들로부터의 ― 이들이 유다인이건 이방인이건 간에 ― 이 운동에 대한 반감 또한 증대되어갔다. 베드로전서의 시대에는 이 운동이 전체적으로 직면하고 있는 불안정한 조건이 수많은 개개 신자들에게도 비추어지기 시작했다. 친교나 소망, 구원 등 약속된 것에 대한 신앙을 간직하고 있던 떠돌이들은 자신들의 종파에 가해지는 사회의 편견과 적대로부터 피할 길이 없음을 깨달아야 했다. 반대로 동쪽에서 유래한 이 낯설고 배타적인 운동은, 포교 운동 속에서 한 데 묶여지게 된 떠돌이들에 대한 사회의 질시와 혐의를 날로 증가하게 할 뿐이었다. 이스라엘 역사가 시사하는 것처럼, 사회로부터 소외되고 억압당하는 것은 자고로 하느님으로부터 선택되어 선별된 백성이 겪는 관례적인 경험이었다. 이런 역사를 통해서 베드로전서는, 흐트려짐과 한 데 모임, 고난과 구원, 사회로부터의 거부과 하느님으로부터의 받아들여짐이라는 모델로서 기림으로써 현재의 신앙을 따르는 삶이 과거와의 연속성을 갖으며, 이것은 미래에의 소망을 위한 효과적인 기반임을 보이고 있다. ㈏ 로마의 공식적인 박해라기보다는 지방적 차원의 적대 베드로전서를, 로마 제국이 그리스도교에 가한 일반적인 박해로 인한 그리스도인의 고난 상황과 연관시키려는 관점(beare 1970: 28-38; windisch- preisker katholischen brief hnt. 76-77)은 다수 학자들에 의해서 적절한 논거로 거부되어 왔다. 베드로전서가 "세상 도처에서"(5,9) 일어나는 그리스도인 박해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기는 하지만, 제국 차원에서 보편적으로 가해진 그리스도교 박해는 데시우스 치하의 주후 251년까지는 일어난 적이 없다. 그 이전의 공권에 의한 반그리스도교적 행위들, 즉 주후 64-65년의 네로의 박해(tac. annals 15,44; suet. ner. 16,2), [추정일 뿐이지만] 93-96년의 도미티안의 박해(suet. dom. 10-17), 트라얀의 박해(pliny. ep. 10,96-97) 등은 로마시나 본도에 한정된 국지적인 것이었고, 보편적인 법적 근거에 따른 것이라기보다는 일시적으로 일어난 지방적 사건이었다. 황제나 시민법에 대한 존중이 실효성을 갖는 곳(2,13-17)이거나 선행에 대해 긍정적인 결과가 예기되는 곳(2,11-12; 3,13-17)에서는 당국의 박해가 존재하지 않았다. 그리스도교에 대한 적대가 욕설과 비난(2,12; 3,16; 4,14), 그리스도인들의 희망에 관한 호기심(3,15), 이미 형성돼 있던 사회적 연결고리가 단절되는 것에 대한 분노(4,4) 등으로 표현되는 데서 볼 수 있듯이, 박해가 제국 전체적 차원에서 수행된 것이라는 가설은 가능성도 필연성도 결여하고 있다. 오히려 구체적인 상황에 대한 정보들은, 지방적 수준에서 비조직적이고 비공식적인 사회적 분극화와 갈등이 있었음을 시사한다(selwyn 1947; van unnik idb 3: 758-66; reicke james, peter, jude ab; kelly peter hntc; best. 1 peter ncbc; goppelt petrusbrief meyerk; elliott 1981; brox petrusbrief2 ekknt). 그리스도인들은, 기괴한 제의를 드리고 신봉자를 만들려고 적극 활동하는 배타적인 소수 도당에 속한 떠돌이들이나 이방 거류민들로서, 지방의 평화와 안녕을 깨뜨리는 존재로 여겨지게 되어 일반적으로 공격의 대상이 되고 차별대우에 시달려야 했다. 이교도들에 의해 '그리스도인'이라는 비난조의 호칭(문자적으로는 '그리스도의 하수인들' <christ- lackeys>)으로 낙인찍혀 있는 상황에서, 그들은 무지한 자들에 의해 비방받고(3,9) 부도덕한 자 혹은 범죄자 따위로 부당하게 중상모략을 받음으로써(2,12/14-15; 3,13-17; 4,15) 회의에 빠진 희망에 대해(3,15) 해명하도록 부름받고 있다. 부당한 대우(2,18-20)와 공포(3,6/14)를 겪으면서 그들은 이전의 사회적 관계나 행동 양식으로부터의 단절 때문에도 욕설을 받게 되었다(4,3-4). 비탄과 비애와 고통에 직면해서(1,6; 2,19-20; 3,14/17; 4,1/12-19; 5,9-10), 이 서신의 수신자들은 자신들이 전향함으로써 받은 은총을 의심하게 되고, 하느님의 자비에 대한 소망을 포기하게 되며, 믿음의 형제들을 향해, 나아가서는 사회를 향해 그들이 짊어져야 할 책임을 포기하게 될 위기에 처해 있었다. i. 언술 전략 베드로전서의 목적은, 이 서신에 표현된 바로는, 고난당하고 있는 독자들에게 하느님의 은혜 아래 굳게 서 있도록 격려하려는 데 있다(5,12). 이 목적의 문학적이고 신학적인, 그리고 사회적 전술의 차원에는, 독자들이 처한 사회적 배제와 하느님의 소명 사이의, 그리고 사회 속에서의 그들의 '집을 잃은 상황'(homelessness)과 하느님의 가족으로 '집을 얻은 상황'(at-homeness) 사이의 긴장의 맥락 안에서 고난당하는 그리스도인의 문제가 설정되어 있다. 형제로 위임되어 서로 신뢰하고 결속하며 선교를 행한다는 이유로 무고한 고난을 당하는 데서 올 수 있는 분열과 파괴의 상황을 미연에 막아내기 위해 이 서신은 독자들로 하여금 하느님의 호의를 입은 가족으로서의 특별한 공동체적 정체성을 재확신케 하려 하고, 이방인들 속에서 형제적 사랑으로 선행을 하도록 격려하며, 거룩한 주님의 고난과 영광을 나누는 신실한 이들을 편드실 하느님을 계속 신뢰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1. 하느님이 부여한 품격과 지위 이 서신의 서론부(1,1-2,10)에서 풍부하게 사용되고 있는 전용어들, 표상어들, 그리고 대조어들 등은 독자들이 속한 공동체의 존엄성과 독특성을 강조하는 데 활용되고 있다. 하느님에 의해 선택되고(1,1), 영에 의해 거룩해지고(1,2; 참조. 1,22), 그리스도의 피로 구원을 얻은(1,18-19) 예수 그리스도 안에 있는 신자들은 하느님에 의해 선택된 구원의 대행자로서 거룩한 하느님의 계약백성으로 선택된 자들이며 성령이 거하시는 집에 속한 자들인 것이다(2,4-10; elliott 1966). 유다인들(1,4/10-12)이나 이교도들(1,18), 그리고 그 밖에 예수를 그리스도로 받아들이기를 거부한 모든 이들과는 달리, 영원히 지속될 기쁜 소식을 믿는 이들은 영원한 유업과 확실한 구원 그리고 희망의 확고한 지반을 얻게 되었다(1,3-5/13/21). 하느님 아버지로 말미암아 다시 태어나게 되었지만(1,3/23; 2,2) 아직 의존적인 어린 아이와도 같은 신자들은 이방 거류민으로 사는 동안, 과거 무지했던 시절의 욕정에 따라 살지 말고, 전적인 타자이신 분의 거룩함에 따라 살아야 한다(1,14-17). 그들은 신앙 안에서 형제 자매된 이들을 진실되게 사랑하고 분리를 야기시키는 행동을 배제함으로써, 형제적인 연대를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1,22; 2,1; 3,8; 4,8). 2. 비그리스도인 외부자들과의 경계 설정 전향이 하느님 앞에서의 새로운 존엄성과 지위를 부여해줌으로써, 신자들과 비신자들, 새로운 삶의 방식과 과거의 낡은 방식 사이에 경계가 드리워지게 되었다. 그리스도인들이 하느님과 예수님과의 일체를 이루게 되었다는 언급말고도, 이런 관점은 이 서신 전체에서 산재한 다음과 같이 많은 대조어구들을 통해서 더욱 강조되고 있다: 옛 시절과 현재(1,14-15/18; 2,10/25; 4,2-3), 유한성과 영원함(1,4-5/23-25; 5,4), 불신자와 신자(2,7-10), 죄인들과 의인들(2,24; 3,12/18; 4,18), 인간적인 욕망과 하느님의 뜻(2,11/15; 4,1-3), 타락함과 무결한 고난(2,11-12/18-25; 3,13-17; 4,4/12-19; 5,8-9), 멸망시키는 사탄과 하느님과 하나로 묶인 형제적 결속(5,8-9). 하느님과 함께 새로이 이룬 가족에서 어린 아이인 그리스도인들은 다른 존재이어야 하며 그렇게 살아야 한다. 이기적인 인간적 욕정과, 헛된 전통들, 무망함과, 공포로 만연한 사회 속에서, 그리스도인들은 자비와 믿음과 희망과 사랑으로 살아가는 특화된 공동체를 이루었다. 3. 변별된 거룩한 행위 그렇지만 이 차이가 그리스도인들이 사회의 모든 규범과 가치를 경멸했다는 것을 함의하지는 않는다. 비록 베드로전서가 반제국적인 변혁적 활동에 그리스도인들인 참여하는 것을 경고하기 위해 쓰여진 것이라고는 거의 볼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이것은 reicke james, peter, and jude ab, xv-xxix에 의해서 주장되고 있고, 반대로 sleeper 1968에 의해 논박되고 있다), 그리스도인들이 이방인들과 마찬가지로 공민의 영역이나 가정의 영역 모두에서 선행을 하는 것의 의의를 강조하고 있다(2,12/14/15/20; 3,6/10-12/13-17; 4,15/19). 그렇지만 그리스도인의 행위의 궁극적 규범은 오직 하느님만을 두려워하고(1,17; 2,17/18; 3,2/15), 예수 그리스도에 의해서 예시된 것처럼 하느님의 뜻에 순종하는 데(1,2/14-17; 2,15/18-25; 3,17; 4,2/19) 있다. 하느님의 뜻에 순종하는 것과 하느님이 세운 인간 권력에 복종하는 것(2,13) 사이에 갈등이 야기되지만 않는다면, 그 경우엔 "주님 때문에"(2,13/21-25; 3,18-22; 5,4) 지배를 받아들여야 한다(2,13-3,7; 5,1-5). 공법과 가정의 조화를 존중하는 것은 이방인들에게서와 마찬가지로 그리스도인에게서도 전형적인 것이다. 무지한 대중의 반대에 직면하게 되면, 신자들은 성서에 기록된 바대로 굳게 서 있을 것을 권고하고 있다. 한편 독자들은 자신들이 궁극적으로 하느님의 종이며(2,16), 그리스도와 더불어 하느님의 사역을 부여받은 동역자(co-servants)다(2,21-25). 그리스도는 당신의 거룩한 행동으로 이방인들도 전향케 함으로써 하느님의 영화로움을 드러내셨다(2,11-12; 3,1-2; 4,11; 5,10). 따라서 이 서신이 선행와 가정적인 질서를 증진시키려는 것이었다는 판단만으로 이 서신이 로마의 도덕적 가치를 그리스도교적으로 변형코자 하려는 데 그 목적을 둔 것이라고 결론내리는 것은 부적절하다(elliott 1981; 또한 balch 1981에 대해 반박을 가하는 elliott 1986). 그리스도인이 이방 세계의 가치나 관습, 도덕적 표준 등에 접촉하여 살게 됨으로써 자칫 그리스도교의 공동체나 신앙의 독특성이 모호해지거나 위배될 수도 있는 상황에서, 이들 신자들은 이를 포기하고(1,14-19; 2,1/11; 4,1-4), 저항하며(5,8-9), 하느님의 은혜 안에 확고히 서 있었던 것이다(5,12). 황제는 존중받을 만하다. 모든 인간들이 그렇듯이. 하지만 두려워해야 할 [그리고 경외해야 할] 대상은 오직 하느님뿐이시다. 그리고 형제적으로 결속된 동료들을 사랑해야 한다(2,17). 세상적인 관계들을, 신자들이 자비로우신 주님과 맺는 연대에 비할 수는 없다(2,18-25; 3,9/15-16). 모든 신자들은 자신들의 지위와 역량을 다해서 "하느님의 여러 형태의 은총의 착실한 관리자"(4,9-10) 답게 서로서로에게 깊은 인간성으로 대하고 사랑을 베풀며 봉사해야 한다(1,22; 2,17; 3,8; 4,8-9; 5,2-5). 계속 불신자들과 관계를 맺으면서 그들의 이기적인 욕정에 따르고 헛된 길을 간다면(1,18; 2,11; 4,1-4), 전향이 실제로 구현되는 것을 거부하는 셈이 될 것이고, 하느님과 예수 그리스도와의 거룩한 연합을 부정하게 할 것이며, 신앙과 희망을 공유하는 새로운 형제적 결속을 해체하고야 말 것이다(1,3-2,10). 그러므로 베드로전서가 고취시키고자 하는 행위는, 표면적으로는 통상적인 세속적 표준과 일치하고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하느님의 자녀로서 당신의 뜻에 기초한 독창적인 삶을 지향하고 있으며, 하느님의 고난받은 종이신 예수 그리스도와의 연합을 지향하는 행위인 것이다. 4. 고난 속에서의 연대 이 서신은 독자들의 고난에 관해 논하는 문맥에서 하느님과 예수 그리스도와 독자들과의 특별한 연합을 강조하고 있다. 이들의 무고한 고난은 그들의 역설적인 상황, 즉 사회 속에서는 박탈되고 소외되어 있지만 바로 이들이 하느님과 연합하고 있는 그러한 상황을 나타내는 핵심적 징후다. 사회의 통념과는 전혀 달리, 고난은 저주로서가 아니라 축복, 즉 하느님의 도우심과 그리스도인 연대의 징표로 묘사된다. '고난 가운데서의 기쁨'을 강조하는 초기 유다교와 그리스도교 전통(selwyn 1947: 439-58)을 계승하여, 베드로전서는 하느님의 백성으로서 당하는 고난을 마지막 때, 곧 하느님의 심판과 구원의 날을 가리키는 징표로 간주한다(1,6-9; 4,5-7/17-19). 나아가 고난이란 하느님이 그들의 믿음이 신실하며 한결같은지를 '시험하는' 것이다(1,6-7; 4,12). 그러므로 하느님의 뜻에 순종하여 선을 행하는 것은 "찬양과 영광과 영예"로 보상받게 될 것이다(1,7; 2,7; 5,10). 이러한 고난을 통해서 신자들은 고난당하신 주님과 연합하게 된다. 주님이 고난받음으로 신자들은 지향점과 방법을 얻게 되었고, 또 주님이 영광받음으로 신자들은 인내와 희망의 근거를 얻게 된 것이다(2,18-25; 3,13-4,6; 4,12-19; 5,1; osborne 1983; elliott 1985; richard 1986). 그러므로 의로 말미암은 고난은 "그리스도를 자신의 가슴 속에 주님(으로) 품"을 수 있게 해주는 '은총'과 기회인 것이다(3,14-15). 그것은 "하느님의 영광과 영"이 현존하고 계심을 나타내는 명백한 징표이며(4,13-14),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하느님께 영광을 돌리"게 하는 일(4,16)인 것이다. 죄없이 당하는 고난을 통해서 신자들은 하느님과 그리스도와 하나가 될 뿐 아니라, 세계 곳곳의 그리스도인 형제들과도 하나가 된다(5,9). 따라서 독자들이 감내하고 있는 고난은 슬픔이나 절망을 야기시키기보다는 "형언할 수 없는 영광스러운 기쁨"을 낳게 되는 것이다(1,8; 참조. 4,13). 5. 하느님의 가정/가족으로서의 그리스도인 공동체 베드로전서의 언술 전략은, 그리스도인 수신자들이 자신들을 배제하고 소외시키는 사회 속에서 하느님의 공동체로서 확고하게 서서 지속될 수 있게 하는 신앙의 원천을 되새기게 하고 그에 부합하는 구체적인 행동을 펼치게 하려는 데 있었다. 고난 속에서 연대를 강화하려는 이러한 언술 전략은, 외부와는 변별된 집단적 정체성과 신자들의 책임성에의 강조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베드로전서에는 '교회'(ekkl?sia)라는 용어가 한번도 등장하지 않지만, 그럼에도 이 서신은 보다 폭넓은 신학적 의미에서 신약성서의 다른 어떤 문서보다도 가장 교회 지향적인 문서다. '신앙'을 통해서 신자들은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가 된다(3,16; 5,10/14). 그들의 무고한 고난은 그들로 하여금 고난당하신 그리스도와, 그리고 세계 모든 곳에서 고난당하는 그리스도인들과 연합하게 한다(2,18-25; 3,13-4,6; 4,12-16; 5,1/8-9). 모든 그리스도인들은 더불어서 "하느님의 양떼"를 이룬다(5,2). 한때는 흩어져 헤맸지만, 이제 이 양떼는 "목자들의 으뜸되시는 분"이며 영도자이신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구원을 받게 되었고 한 데 모이게 된 것이다(5,4; 2,25). 이들 양떼 속에서 "보조 목자들인" 그리스도교 지도자들("장로들")은 사람들이 본받을 만한 사람이어야 한다(5,2-3). 하느님 백성의 거대 서사의 클라이막스인 2장 9-10절에 나오는, 전통적으로 공식적인 일련의 형용어구는 종말론적인 신앙공동체를 묘사하는 데 사용돼 왔다. 이 공동체는 "선택된 종족이요, [왕이신 하느님의] 왕국 백성이요, 거룩한 신분의 사제들이요, 하느님의 특별한 백성"인 것이다. 한 때 이 서신의 수신자들은, 마치 호세아의 불륜의 자식들의 이름처럼, '나의 백성이 아닌 자'이며 '자비를 얻지 못한 자'였다. 그렇지만 하느님의 자비로 말미암아(1,3) 이들은, 호세아와 동시대의 사람들처럼, '하느님의 백성'이 되었고 '자비를 얻은 이'가 되었다(2,10; 참조. 호세 1,6; 2,1/23). 하느님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던 사람들이 이제는 바로 하느님의 자녀가 된 것이다(1,14). 공동체를 나타내는 이러한 다양한 표상들 가운데서, 베드로전서는 시종일관 그리스도인을 하느님의 가정/가족으로 규정하고 또 그렇게 권고하고 있다. 이 서신의 두 핵심구절인 2장 4-10절과 4장 12-19절에서, 공동체는 "영의 가정(oikos)"(2,5), 혹은 "하느님의 가정(oikos)"(4,17)으로 명시되어 있다. 앞의 구절에서, 이 어구는 2장 9절에 인용된 계약백성을 나타내는 형용어구인 basileion(출애 19,6)을 해석한 것으로, 하느님의 영이 거하는 집/가정으로서의 종말론적 공동체를 나타내고 있다(elliott 1981: 167-169). 두번째 구절에 나오는 "하느님의 집/가정"은 그리스도와 하나가 된, 하느님의 영이 거하는 공동체를 나타내는 것 같다. 나아가 oikos와 관련된 용어들이 사용된 것은 이러한 가정 의미와 연장선상에 있다. 독자들은 자신들이 하느님에 의해 "세워지고"(oikodomeisthe:: 2,5) 있는 존재들임을 저자로부터 확언받는다. 또 이 서신의 결론부에서는 건축과 건설이 반복적으로 사용되고 있다(5,10). 2장 18절에서 3장 7절에 나오는 가정과 관련된 어구 가운데 종이나 노예는 통상적 의미의 노예(douloi: 에페 6,5; 골로 3,22; 디도 2,9)를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가내노예(oiketai: 2,18)를 가리킨다. 신약성서에서 오직 이곳에만 나오는 어휘인 synoikein은 그리스도인인 남편을 향해, 부부는 생명의 은총의 공동상속자라는 사실을 받아들이면서 자신의 아내와 '더불어 살라고' 권고하는 맥락(3,7)에서 사용된다. 마찬가지로 모든 수신자들은 "하느님의 각양각색의 은총을 받은 가정 관리인(oikonomoi)"으로서 서로를 상냥하게 대하고 사랑하고 헌신하라는 권면을 듣는다(4,7-11). 이와 같은 가정/집 표상과 연결된 것으로, 구원이나 전향의 과정은 새로이 형성된 사람들 가족의 아버지이신 하느님(1,2/3/17)으로부터 발원된 '거듭남'(1,3/23; 2,2)으로 묘사된다. 이렇게 거듭나게 된 사람들은 하느님의 뜻에 복종하는 하느님의 '자녀'가 되고(1,14; 2,2), 하느님의 권위와 보호의 후광 아래 있게 된다(1,14-17; 4,19; 5,6-7/10). 이러한 가족화 과정은 형제들과 자매들이라는 용어로 나타나기도 한다. 이 서신의 수신자(5,12/13)와 수령자는 '형제지간'이라고 묘사되는데, 신약성서에서 오직 이 서신에서만 나타나는 이 용어는 '형제적 사랑'의 실천을 통해서 그 우의가 유지되며(1,22; 3,8; 4,8) 가족적인 '사랑의 입마춤'으로 그 관계를 표현한다(5,14). 그러므로 이 공동체 내에서의 역할들, 관계들, 상호 의무들은 가정과 관련된 지시어들로서 적절하게 규정된다(2,13-3,9; 5,1-5). 그리고 그리스도인들이 서로에게 해야 하는 헌신은 비천한 가내노예(diakonein: 4,10/11)와 관리인(oikonomoi: 4,10) 사이의 관계와 비교되고 있다. 보편적인 신앙공동체를 하느님의 가정 또는 가족으로 묘사하는 것은 공적인 그리스도인 정체성의 독특한 특성들을 조화롭게 하고, 정체성과 윤리 사이의 관계를 분명하게 해주는 포괄적 은유의 역할을 한다. 가정의 이미지는 그 문학적 유용성 외에도 선교사(宣敎史)와 밀접히 연관된 그리스도교 공동체의 상징 역할을 하기도 한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으로, '가정 또는 집'이 갖는 심리학적, 종교적, 사회적 함의에서 볼 때 이 공동체 표상이 사회적으로 배제된 이들의 상황에 대한 응답임에 분명하다는 사실이다. 가정단위의 전향은 초기그리스도교 선교의 핵심인 동시에 발판의 역할을 하였다(루가 19,9; 요한 4,46-53; 사도 10-11장; 16,15/31-34; 18,8; 고전 1,14/16; 16,15). 가정은 그리스도교 집단 경영의 기초였고, 신앙의 장소였으며, 상호부조의 핵심지 역할을 하였다(사도 2,26; 5,42; 9,10-19; 12,12; 로마 16,1-23; 고전 16,15; 골로 4,15; 필레 2). 가족적인 환대(베전 4,9)는 선교활동을 도움으로써 이 운동의 급속한 확산을 가능케 했다. 가정 단위의 연결망에 의한 이 운동의 통합성은 "우리 가정이 여러분의 가정에게" 문안한다는 신약성서에서 수차례에 걸쳐 등장하는 표현에서 드러난다(로마 16,5; 고전 16,19; 골로 4,15; 필레 2; 베전 5,12-14). 전체 그리스도인 공동체를 "하느님의 가정"으로 묘사할 경우에는 사회적 실체인 이 공동체를 논리적으로 확장한 범주를 나타낸 것이다(골로 6,10; 에페 2,19-21; 딤전 3,5; 히브 3,1-6; 10,21; 베전). 고대 사회에 있어서 가정이나 가족은 사회적이고 정치적이며 종교적인 조직의 기본적 형태이자 모델이었다. 유다교나 그리스도교의 경우에도 아브라함 가족, 야곱 가족, 이스라엘 가족, 다윗 가족, 예수의 새로운 가족(마르 3,21-35 병행) 등이 구원사에서 두드러진 단위로 간주되고 있다. '가정이나 가족, 형제지간'이라는 표현의 실재나 상징은, 다양한 함의를 갖지만, 특별히 아버지이시고 왕이시며 모든 것을 제공해 주신 하느님이 창조하고 지켜준 공동체를 묘사하는 풍요하고 강력한 은유를 함축하고 있다. 결국 그리스도교 공동체에 관한 이러한 상징화를 통해서 이 서신은 수신자들의 상황에 대해, 그들의 사회적 상태에 대해, 그리고 그들을 향한 하느님의 부르심에 대해 가장 직접적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사회 속에서 그리스도인들이 떠돌이들이며 앞으로도 떠돌이들로서 남아 있으리라는 사실은 그들이 성결의 징표요 희망의 표식임을 시사한다. 그들은 고난을 감내해 낼 것이며 신앙을 지킬 것이다. 왜냐하면 그들은 하느님의 가정 안에 포함된 존재들이기 때문이다. 사회 속에서 집을 잃어버린 이들은(paroikoi) 신자들의 가족을 이루면서 하느님의 집(oikos)을 얻게 되었다. 베드로전서에 따르면 교회는 집을 잃은 자들을 위한 집(home for the homeless)인 것이다. j. 시기, 저자, 구성 장소 1. 시기 이 서신의 구성에서 저작 시기, 저자, 장소 등에 관련된 내적인 증거를 도출해내는 일은 상당히 모호하다. 그러므로 문학적, 사회적, 역사적 요소들의 몇 가지 상호관련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이 서신을 구성하고 있는 시간적 배경이나 이 서신이 기원한 장소에 관한 견해는 모두 로마에서 기원한 두 서신인 로마서(주후 57년경)와 클레멘트1서(주후 96년경)와의 밀접한 관련성을 근거로 하고 있다(forster 1913: 398-411/424-42). 이 세 문서들이 문학적으로는 직접적인 의존관계를 전혀 보이고 있지는 않음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유사한 소재들을 공유하고 있다는 사실은 로마에 있는 그리스도인 공동체들 사이에 공통 전승이 존재했으며 사용되고 있었음을 시사한다(lohse, in talbert 1986: 53-55; best 1 peter ncbc, 32-36/64-65; goppelt petrusbrief, 345-55). 베드로전서가 의존하고 있는 로마교회의 전승 형성에 로마서가 기여하고 있는 것처럼, 베드로전서가 여기에 덧붙인 것이 클레멘트1서에서 재현되고 있다. 그러므로 베드로전서의 저술 시기는 57년과 96년 사이의 어느 때라고 할 수 있다. 이 서신의 또 다른 특징은 이 서신의 일반적인 저술 시기와 상응하며, 나아가 그 범위를 좁히는 데 유용하다. 베드로전서에 묘사된 고난 상황이 로마 제국적 차원의 박해를 반영하고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베드로 저작설을 주장하는 학자들은 이 서신이 로마市에서 일어난 대화재(64년)와 그에 이은 네로의 반그리스도교 정책보다 몇년 앞선 시기에 베드로전서가 저술되었다고 본다(bigg st. peter and st. jude2 icc, 87; selwyn 1947: 56-63; von unnik idb 3: 765; reicke james, peter, and jude ab 71; spicq épîtres pierre sb, 26; kelly peter and jude hntc, 30). 그렇지만 이 서신이 베드로의 이름을 사용한 위명 저서임을 보여주는 요소들을 포함한 다른 많은 특성들을 통해 판단해 보건대, 플라비안 황제 치세기인 주후 73-92년의 중간쯤에 이 서신이 저술되었다는, 후기 저작설이 더욱 타당해 보인다(elliott 1981: 84-87; best 1 peter nctc, 63-64; goppelt, 64-65; brox, 38-47). 이 서신 수신자들의 지역의 광대한 범위(4개의 지방은 약 129,000 평방미터나 되며 나머지 두 지방, 즉 비티니아-본도와 가빠도키아는 바울이 미쳐 선교하지 못한 지역이다)는 바울 선교 이후 이 지역에서 계속되는 그리스도교의 확산을 위해 충분한 시간이 경과했음을 암시한다. 1장 1절에 기술된 지방들의 열거 순서는 이 서신의 전달 경로에 대한 저자의 의도를 나타낼 뿐 아니라, 주후 72년 이 지역들을 장악한 베스파시안이 지방 경계들을 변경한 뒤의 상황을 반영한다(elliott 1981: 60). 또한 베드로전서가 바울의 활동시기 및 60년대로부터 어느 정도 후대에 집필된 것이라는 사실은, 다양한 전승들의 성장과 종합의 흔적이 이 서신에 반영되어 있다는 점에서, 그리고 [바울 시대를 특징짓는 ― 옮긴이 주] 모세의 율법을 둘러싼 유다교 내적인 논쟁으로부터 베드로전서 당시에 이미 '그리스도인'이라고 딱지 붙여진 신자들이 적대적인 이방 사회와의 투쟁에로 전화되는 상황이 이 서신에 반영되어 있다는 점에서 시사되고 있다. 한편 로마 정부에 대해 긍정적인 태도를 표명하던 로마서 13장의 정치적 관점에서 베드로전서(2,13-17)의 중립적 태도로의 변화는 로마시의 그리스도인들에 대한 네로의 적대행위나 베드로의 순교(주후 65-67년)의 결과일 수 있다. 아마도 베드로전서는 베드로의 순교 시기로부터 10년 혹은 그 이상의 기간이 지난 뒤에 쓰여진 것처럼 보인다. 비록 베드로전서의 저술 시기가 그리스도인들에 대한 로마 제국 차원의 공세 아래 있지는 않았지만, 그럼에도 이때의 그리스도인들은 로마 관리를 "하느님의 공복"(로마 13,6)으로 봤던 것으로부터 한 발짝 물러서서 좀더 냉정하게 사고할 수 있었다. 이 서신이 유래한 장소를 상징하기 위해 쓰인 구상어인 "바빌론"(5,13)은 이 서신이 70년 이후에 로마에서 쓰여진 것임을 암시한다. 메소포타미아의 도시인 바빌론이나 또 다른 바빌론으로 알려진 에집트의 로마군 주둔지에서 베드로가 활동했다는 증거를 거의 찾아볼 수 없다는 점에서, 후대의 유다교와 그리스도교의 용법에 따라 '바빌론'이 로마시를 가리키는 구상어로 보는 것은 개연성이 높다고 할 수 있다. 여기서 로마시는 바울의 최후의 선교지인 동시에 순교지였다고 초기교회가 이구동성으로 증언하고 있는 도시로, 과거의 바빌론과 마찬가지로(이사 13장; 43,14; 예레 50-51장; 다니 1-7장), 예루살렘과 성전을 훼파시킨 무신적 제국의 핵심이며 또한 하느님의 흩어진 백성의 주요 거류지로서 나타난다. 이와 같이 로마를 '바빌론'으로 명명하는 것은 주후 70년 예루살렘의 파괴 이후 저술된 문헌들에서만 등장한다(sib. or. 5,143/159; 2 bar. 11,1; 67,7; 4 ezra 3,1/28/31; rev. 14,8; 16,19; 17,5; 18,2/10/21). 따라서 이것은 베드로전서가 70년 이후에 저술된 것임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강력한 증거라 할 수 있다. 다른 한편 이 서신의 형성 시기를 90년대 초 이후로 잡을 수는 없을 것 같다. 묵시록이 쓰여진 시기(95년 경) 즈음에, 베드로전서에 수신지로서 언급된 지방들 가운데 하나인 아시아에서 그리스도인들의 상황은 극도로 악화되었다. 베드로전서에 반영되어 있는 상황이나 정치적 관점과는 대조적으로, 이 시기의 많은 신자들은 순교를 당하는 등 심한 고초를 겪고 있었고(묵시 2,13; 6,9-10; 16,6; 18,24; 19,2) 로마에 대한 태도에 있어서도 극도로 부정적으로 변모하였다(묵시 12-18장). 90년대 중반경에 이르면 베드로전서에서 수신지로 언급된 또 다른 지방인 본도에서는 그리스도인들의 배교가 속출했고(pliny ep. 10.96), 로마에서는 도미티안의 '테러 통치'가 시작되었다(93-96년). 베드로전서는 어느 곳에서도 이러한 상황을 전혀 반영하고 있지 않으며, 오히려 제국과 그리스도교 사이의 관계가 상대적으로 평온하게 유지되던 초기 플라비안 시기를 나타내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magie 1950: 566-92). 이상의 여러 요소들을 고려해 볼 때, 베드로전서는 로마시에서 주후 73년에서 92년 사이의 어느 시기에 쓰여진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 시기의 교회의 상황이나 신학적 전개와 상응하는 것으로, 이 서신에서 조직화의 초기 양상과 같은 요소(4,10-11)나 장로의 지도력에 관한 언급(5,1-5)을 들 수 있다. 그 밖에 교회적(ecclesial) 모델로서 가정을 언급한 것(마르코복음서, 루가복음서, 사도행전, 골로사이서, 에페소서, 히브리서), 후대에는 폐기된 '종' 그리스도론이 등장한다는 것(마르코복음서, 루가복음-사도행전), 도덕적 행위의 근거로 그리스도론이 언급된 것(반면 후대의 문서들인 유다서, 베드로후서, 목회서신 등에서는 사도적 권위에 호소하고 있다), 영지주의나 이단교리에 대한 내용이 부재하다는 것, 여전히 묵시적이고 종말론적인 지향이 강하게 남아 있다는 것 등도 이 서신의 시기를 위와 같이 잡는 데 부합하는 단서들이다. 2. 저자와 기원: 로마의 베드로계 집단 이 서신의 저술 시기에 관한 가설은 사도 베드로의 저작설과 연관된다. 가장 믿을 만한 증거에 따르면(cullmann 1958: 70-152; o'connor 1969), 그는 65-67년경 로마에서 순교당했다. 그런데 이 서신의 정련된 문체나, 풍부한 어휘력, 신약성서 어디에서도 나오지 않는 희귀한 어휘의 간헐적인 사용, 그리고 일관성 있게 그리스어역 구약성서를 인용하고 있다는 사실 등은 교육을 받지 못했고(사도 4,13) 아람 말을 하는 갈릴래아 출신 어부라는 신약성서의 시몬 베드로상과는 부합하기 어렵다(schrage katholischen briefe ntd. 62-64; brox petrusbrief2 ekknt 43-47). 5장 12절이 실바누스를 베드로의 비서요 동역자로 보고 있다는 가설(selwyn 1947: 9-12/241; reicke james, peter, jude ab, 69-71)은 이를 보완할 믿을 만한 증거를 결여하고 있다(beare 1970: 212-16). 실바누스가 누구인지, 그가 어느 정도의 문자 사용 능력을 갖고 있었는지에 관해서는 베드로보다 훨씬 덜 알려져 있다. 게다가 만일 그가 저자라면 실바누스가 "충실한 형제"라는 칭찬의 말은 '자화자찬'의 속임수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5장 12절의 그리스어 표현(dia silouanou /// egrapsa)은 통상 이 서신을 전달한 사절로 그를 나타내고 있는 것으로 이해되며(참조. ign. rom. 10,1; ign. phild. 11,2; ign. smyrn. 12,1; 참조. polyc. ep. 7,3), 사도행전 15장 23절에서도 실라/실바누스와 유다 바르나바를 예루살렘 회의의 결과인 서신을 안티옥의 신자들에게 전달하는 사절로서 언급하고 있다(15,22-34). 사도행전에 나오는 다른 정보들을 보면, 베드로와 실바누스/실라가 예루살렘에서 개별적인 관계를 가졌으며 이방 선교에 참여했다는 그들의 주요 역할만이 기록되어 있을 뿐이다(사도 15장 및 실바누스의 그 밖의 다른 활동상황은 바울과 연관되어 있다, 15,40-18,22). 또한 베드로전서 5장 13절에서 "나의(베드로의) 아들"이라고 언급한 인물과 동일인으로 보이는 마르코를 바울과 실바누스가 만난 장소 또한 예루살렘으로 언급되어 있다(사도 12,12; 13,13). 한편 베드로전서에서 마르코와 실바누스를 소개하는 또 다른 정보가 부재한다는 사실은 그들이, 베드로와 마찬가지로, 수신자들과 개인적인 접촉을 하였거나 아니면 소문을 통해서 그들에게 알려져 있었음을 시사한다. 그렇다면 베드로전서의 실바누스와 마르코는 예루살렘에서 베드로와 관련을 맺은 사람들과 동일인이고, 이들은 후에 바울의 동역자가 되었으며(사도 13,4-13; 골로 4,10; 필레 24; 딤후 4,11; 고후 1,19; 데전 1,1; 데후 1,1), 마침내는 로마에서 베드로와 재결합한 것으로 추정하는 것이 타당하다. 그러므로 베드로전서에 이름이 거명된 이 세 인물은 모두, 팔레스틴 전승인 예수의 말씀 및 그의 죽음과 부활에 관한 케뤼그마가 동방에서 서방으로 전파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 인물들이었다. 베드로전서에서 이 세 인물이 거명된 것은 이 서신이 이 인물들 개개인과 관계를 맺고 있었다기보다는 한 집단과 교류하고 있었음을 시사한다. 이 집단은 사도 베드로를 중심으로 모였으며, 이 서신이 쓰여질 당시에는 베드로의 이름으로써 자신들을 나타내고 있었던 집단이다. 베드로전서가 사도 베드로가 예루살렘에서 로마에 이르는 형제적 결속을 형성한 개인적 연결망을 가졌음을 증거하고 있다거나 로마 그리스도교 공동체의 풍요한 전승을 나타내고 있다는 사실(lohse, in talbert 1986: 53-55; best, 32-36/64-66; goppelt, 37/65-70/347-49; elliott 1981: 267-95)은 이 서신을 실제로 쓴 사람(들)이 누구냐의 문제보다 덜 중요하다. 이 서신이 베드로계 집단의 사도적 지도자인 베드로에 귀속된 것이라고 보는 것이 가장 자연스런 결론이다. 그는 전 생애 동안 그리고 죽음에 이르기까지 그리스도의 고난을 증거한 이였고(5,1), 후에 로마에서 마르코와 관련하여 등장하는 인물이며(eus. hist. eccl. 3,39; 5,8,3; 6,25,3-6에서 papias, irenaeus, origen의 증언으로 언급됨), 로마 공동체의 핵심 인물로 나타나는 사람이다(1 clem. 5,4; ign, rom. 4,3). '바빌론'에서 하느님의 가족이 된 베드로계 집단은 자신들의 순교당한 지도자의 이름으로 이야기함으로써, 고난으로 한데 묶여진 운명을 맞은 소아시아 지역에 흩어진 동료들에게 신앙과 희망을 확신하게 하여 세계의 그리스도인들이 형제적 결속으로 연합되게 하려 했다. 따라서 베드로전서는 로마에서 그리스도교의 에큐메니칼 정신의 기원과 전망이 처음으로 뚜렷한 궤적을 남기며 중요하게 펼쳐지게 되었음을 보여준다(michaels 1 peter wbc; olsson forsta petrusbrevet kommentar till nya testament; schrage and balz katholischen briefe ntd).   1) 이 글은 anchor bible dictionary, vol. 5, 269-278쪽을 옮긴 것이다. 저자 j.h. elliott는 university of san francisco의 theology and religion studies 교수이며, social facets saminar(1986)를 창립 이래 의장으로 이끌고 있다. 그의 주요 저작으로는 a home for the homeless: a sociological exegesis of 1 peter, its situation and strategy (philadelphia, ca: fortress press, 1981)가 있고, 그가 편집한 social scientific criticism of the new testament and its social world. semeia 35 (atlanta, ga: scholars press, 1986)이 있다 ― 편집자 주. 《참고문헌》 adinolfi, m. 1988. la prima lettera di pietro del mondo greco-romano. bibliotheca pontificii athenaei antoniani 26. rome. balch, d.l. 1981. let wives be submissive. sblms 26. chico, ca. beare, f.w. 1970. the first epistle of peter. 3rd. ed. oxford. brown r.e.; donfried, k.p.; & reumann, j. 1973. peter in the new testament. minneapolis. brox, n. 19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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